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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1. Intro> 훈련소를 마치며own/일상 2025. 7. 26. 03:52

2025.02 1주차
입대하였습니다.
차에서 내려 부모님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수속 절차를 밟은 뒤 5주간 지낼 생활관으로 향했습니다.
호실원들과 아직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에 있습니다.
사회와 다른 것이 많아 미지의 것들이 무서웠습니다.
걷는 방식, 말투, 인사법.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할 대상입니다.
2025.02 2주차
본격적인 훈련들이 시작합니다.
이제는 호실원들과 친해져, 호실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들어오기 전 장마 예보가 있었습니다.
1주차에 입었던 우비냄새를 다시 맡을 생각을 하니
…
그러나 예보와 다르게 비가 오진 않았습니다.
대신 아주 무더운 진주의 여름을 맞이했습니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빛은
피부를 덮은 땀들에 윤슬을 일으킵니다.
.
훈련소에 있으며, 종교 참석의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윽박과 훈육, 규율과 구속으로 점철된 공간에서
잠시 벗어난다는 해방감일지
대대에서와 달리 다시 존중받는 인격체가 된 것 같아
요상하게, 종교참석시간에,
특정대상에게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랑받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25.02 3주차
2주차에 크나큰 실수를 했습니다.
군종병 지원서를 아주 열심히 작성했는데,
정신 못차리고, 내야할 때 지참하지 못해
천주교 군종병의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자기 전에 면접준비하려 사도신경도 열심히 외웠는데..
설상가상 3주차의 특기 티오도 예상과 달랐습니다.
이에 더해 특기 시험도 꽤 낮은 등수인 탓에
아, 큰일 났다. 이젠 모르겠다.
마음을 편하게 먹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상은 반포기 상태입니다.
.
2주 동안 화장실에 가면 창문으로 보이던
흰 들꽃을 응시하곤 했습니다.
특히 아침이면, 태양이 들꽃을 지나쳐 창문을 비추기에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2, 3주차, 무더운 날씨 탓에 훈련을 다소 생략했습니다.
공군 훈련소에서 손에 꼽히게 배려받은 기수일 것입니다.
가슴한편, 훈육대대에 감사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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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절반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훈련단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졌습니다.
훈련소에 3권의 책을 들고 갔는데,
미시마 유키오의 풍요의 바다 연작 중
2권 달리는 말, 3권 새벽의 사원, 4권 천인오쇠(완).
이 때 쯤에, 3권 새벽의 사원까지 다 읽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곳곳에 눈이 부시게 번쩍이는 것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조각나 흩어진 유리창,
타서 구부러진 유리의 곡면,
깨진 병들이 빛을 반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바로 이순간
6월의 빛을 온몸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혼다는 잔해의 광휘라는 것을 처음 보았다.
미시마 유키오, 새벽의 사원, 179p잔해의 광휘라는 단어를 한주동안 되뇌이며 다녔습니다.
집합할때, 사격장을 이동할때, 훈련을 받을때
땀방울을 비추는 햇빛에서
일그러지는 표정과 습한 공기에 포획되는 목소리에서
비록 6월이 아닌 7월이지만
잔해의 광휘 그 비스무리한 것을 본것 같아서.
그리고 저는 가장 원하던 특기는 아니지만
활짝 웃을 수 있던 특기를 배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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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수원교구 과천 성당 5주차
훈련소에서의 마지막 주차입니다.
힘든 훈련들은 거의 다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지라 분위기도, 조금은 들떴을까요.
4주차의 구름이 물러서고 다시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4주차의 주말부터였을까,
아침에 일어나면 진주가 안개에 잠깁니다.
전 주 일요일에 안개를 보고 놀랐는데,
5주차는 말그대로 안개에 뒤덮여있습니다.
전천후에 들어서면 바깥은 뿌옇다는 감상외에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에 잡히는 건 희끄무리한 안개에 잡히는
빨간 모자와 빨간 옷
걸으면서 그 장면을 멍하게 쳐다봤습니다.
훈련소에선 때때로 그런 장면들이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자면,저녁시간 한줄로 나오는 퇴식줄을 볼 때
교육사 도로를 점유한 행군 행렬이 공제선까지 이어질 때
기억에 남는 순간이 아니라
기억해내려고 악을 쓰는 그런 장면들입니다.
이곳은 훈련소였고, 저에게 이미지를 기록할 수단은
오로지 기억하려 애쓰는 것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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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수료식을 맞이했습니다.
반복되는 집합, 뜨거운 태양 아래서 가만히 차려자세로
더위를 향해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은 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진주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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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기침 빼고는 건강히 수료한것 같아 다행입니다.
과천에 도착해서 친구들과 양재천을 따라
양재, 탄천을 지나 잠실 한강공원까지
전기자전거로 슬며시 다녀오니
이제서야 수료했다는 실감이 듭니다.
이제는 조금 낯설어진 방 침대에 누워
<사랑의 관한 짧은 필름>을 재관람하고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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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승